왕십리역 묻지마 폭행
서울 왕십리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한 대학생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주위에 많은 인파가 있었지만 피해자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 경찰에 신고조차 하는 이가 없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가해자는 범행 후, 지하철을 타고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20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승강장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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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취한 대학생을 폭행하고 지하철을 타고 사라진 가해자(출처/왕십리역 cctv) |
피해자 A(26)씨는 술에 취해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다가 옆에 있던 남성의 주먹에 맞고 쓰러졌다. 가해자는 발로 몇 차례 A씨를 폭행하더니 도착한 지하철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당시 범행현장은 지하철 승강장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녹화됐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다른 승객들이 있었고 범행 현장을 눈으로 보고 있었음에도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람 한 명 없이 지켜만 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A씨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10분 정도 기절했다가 일어나 택시를 타고 겨우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눈 주변 골절이라는 큰 상해를 당했지만 CCTV 화질이 좋지 않고 목격자 진술도 없어 가해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세상이 흉흉해 졌다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중, 한 사람도 신고를 하거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매우 의아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폭행에 관여한 후의 골치 아픔이 이들의 행위를 멈칫하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정당방위의 범위는 굉장히 좁고 폭행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 상황이 어찌됐든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위해를 준 것이 있다면 폭행으로 인정이 된다. 그 의도가 어쨌든 간에 조금이라도 ‘툭’건드리면 폭행의 범위에 들어 ‘쌍방폭행’이 된다. 물론 그 정도와 상황에 따라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후에 무혐의 및 무죄가 될 수 있지만, 경찰서나 법원에 불려가는 수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내가 아니더라도 남이 신고하겠지’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이 많을수록 자신에게 부담되는 책임감이 낮아지는 ‘제노비스 증후군’ 이 이 경우 적용됐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음에도 신고 한 건 없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위와 같이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은 이유로 법적, 사회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귀찮음’아닐까 싶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기 싫고, 남의 일에 관여하기 싫은 ‘귀찮음’이 이번 사건과 같은 현상을 일으킨 것은 아닐까. 부디 모두가 남의 일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만약 그게 나였으면?’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을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