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세'로 돌아선 담뱃세
방식이 기존의 ‘종가세’ 방식에서 ‘종량세’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미묘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종량세로 돌아선 표면적인 이유는 ‘국산 담배의 역차별을 막자’는 취지지만, 종량세가 기존의 외산담배 업체들에게도 나쁘지 않다. 외산 담배업체들은 오히려 표정관리 중이다.
종가세 방식은 담배의 가격에 비례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담배의 원가인 공장도가격에 세율 77%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담배 원가가 비쌀수록 더 많은 세금이 붙게 된다. 반면 종량세는 담배 가격에 상관없이 한값당 정해진 세금이 붙는 방식이다.
애초 기획재정부는 2000원의 담뱃값 인상을 발표하면서 종가세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기존에 담배에 부과되는 종량세 방식의 담배소비세와 건강증진부담금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개별소비세는 종가세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담배에 붙은 세금의 가격이 정해졌기 때문에, 개별소비세만큼은 담뱃값이 비싸면 세금을 더 걷겠다는 노림수였다.
하지만 기재부의 의도는 역풍을 맞았다. 종가세 방식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국산 담배가 역차별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에서KT&G(033780)가 생산하는 담배의 공장도가격 평균은 772원인데, 일부 저가형 외산 담배 평균 수입가격은 한 갑당 180원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가격에 일정 세율을 곱해서 부과하는 종가세를 적용하면 국산 담배의 개별소비세가 훨씬 많이 붙게 된다.
정치권은 종량세로 급선회했다. 아예 담배 가격에 상관없이 한갑당 무조건 594원의 개별소비세를 매기는 종량세를 적용하면 국산 담배나 수입 담배 모두에게 똑같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계산이다.
국산 담배 보호라는 명분 때문이었지만, 개별소비세를 종량세로 부과하는 방식이 의외로 기존의 외산담배 회사에게도 지지를 받는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산담배 회사들은 대부분 국내에 담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담뱃잎 등 원료는 수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종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한다. 기존 외산담배의 제조원가는 국산 담배회사인 KT&G와 큰 차이가 없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도입해도 특별히 외산담배가 이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 종가세가 도입된다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싼 담배를 수입하는 게 더 유리해진다. 하지만 기존의 외산 담배 회사들은 당장 기존 공장의 문을 닫기가 쉽지 않다. 기존 미국과 영국, 일본 담배 회사 이외에 중국이나 필리핀 등에서 저가 담배가 우후죽순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산담배는 국산 담배 회사뿐 아니라 저가의 외산 담배와 또 경쟁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외산담배 관계자는 “종가세를 도입하면 자칫 저가 외산 담배가 갑자기 수입될 수 있고 외산 담배 시장 자체가 혼탁해질 수 있다”면서 “종량세 도입이 기존의 외산 담배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외산 담배 제품은 국산 담배보다 판매 가격이 조금씩 높다. 가격과 관련 없이 똑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하면 사실 제품 가격이 더 높은 외산 담배가 이득이다. 판매 가격이나 공장도가격과 상관없이 한 갑당 세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판매 가격을 높이는 대로 고스란히 회사의 이익으로 남게 되는 장점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존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던 방식이 종량세 개념이었기 때문에 개별소비세가 종량세로 추가로 부과되더라도 실무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종가세·종량세 : 종가세는 물건 가격에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매기는 방식이고, 종량세는 특정 금액의 세금을 일괄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종가세 방식은 세금이 가격에 연동하는 장점이 있다. 부가가치세는 종가세고, 인지세, 유류특별세 등은 종량세다. 기존에 담배에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부담금 등은 모두 종량세로 부과돼 있다 .